
그렇다고 '빠' 소리를 들을 정도로 걸그룹을 추종하거나 맹종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녀들의 나오는 TV에 시선을 멈추고 속으로 응원하는 정도..
그러다 은행에서 일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대출을 받았다.
쓸 데가 있어서가 아닌 친구의 실적을 위해서였는데 아내에겐 말할 수 없었다.
비상금을 모아두던 계좌에 넣어두었는데 매월 이자만 주는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혹시 주식할 줄 알면 담배 값이나 벌어. 이자만 내지 말고..."
고맙다고 술을 사던 친구가 한마디 했는데 그때부터였다.
주식,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걸그룹의 소속사에 투자를 시작한 게.

주식의 주자도 몰랐지만 내가 선택한 걸그룹의 인기 때문이었는지 운이 닿았는지 투자하자마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친구의 조언대로 오를 땐 올라가다 지칠 때까지 놔두기로 했다.
결과는 투자금의 12% 플러스 수익 달성, 대 성공이었다.
이쯤에서 일부 금액을 찾을까 하다 친구의 말을 생각하곤 그냥 묻어두었다.
그렇게 수익은 계속 지속될 거라 믿을 때 쯤 무슨 '버닝문' 사건이 터지더니 걸그룹이 무슨 상관이라고 소속사까지 신문에 거론되었다.
미처 몰랐다, 그게 악재가 되어 상관이 있건 없건 주가를 바닥으로 내리 꽂게 한다는 걸...

나는 생각보다 뚝심있는 남자였다.
며칠 주가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수익은 마이너스로 바뀌었어도 돈을 빼지 않았고 주가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믿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거의 일 년이 다 되도록 기다리고 있지만 마이너스의 늪은 깊었고
대출 연장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난 오늘도 술 한잔과 주식 차트를 바라보며 걸그룹의 노래를 듣고 있다.
친구는 대출을 좀 더 하라며 술을 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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